Author: liter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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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알바

손가락에 끼고 있던 금반지를 팔아야 할 때이다. 그래도 시세가 많이 올라 20만원의 현금이 생겼다. 매끈한 지폐 스무장이 손가락 사이로 들락날락 거린다. 동시에 빤짝이는 눈초리가 다른 사람들이 볼까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반질거리는 유리창을 통해 머리와 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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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서방

1 새벽부터 분주히 뚜드리기 시작한 최서방네 벼마당질은 해가 졌건만 인제야 겨우 부추질이 끝났다. 일꾼들은 어둡기 전에 작석을 하여 치우려고 부리나케 섬몽이를 튼다. 그러나 최서방은 아침부터 찾아와 마당질이 끝나기만 기다리고 우들부들 떨며 마당가에 쭉 늘어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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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 백동화

인력거꾼 김첨지가 동구 모퉁이 술집으로 웅숭그리고 들어가기는 아직 새벽 전기불이 꺼지기 전이었다. 동지달에 얼어붙은 얼음장이 사람 다니는 한길 면을 번지르르하게 하여 놓고 서리바람은 불어 가슬가슬한 회색 지면을 핥고 지나간다. 옆의 반찬가게 주인이 채롱을 둘러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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팁 깍던 노인

벌써 4년도 더 된 이야기다. 내가 공을 배운지 얼마 안돼서 일산에 살 때다. 서울 왔다 가는 길에 일산 시장에 가기 위해 일산역에서 일단 전철을 내려야 했다. 일산역 맞은 편 길가에 앉아서 팁을 깍아 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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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메이드 인생

1 “뭐 어디 빈자리가 있어야지.” K사장은 안락의자에 푹신 파묻힌 몸을 뒤로 벌―떡 젖히며 하품을 하듯이 시원찮게 대답을 한다. 미상불 그는 두 팔을 쭉― 내뻗고 기지개라도 한 번 쓰고 싶은 것을 겨우 참는 눈치다.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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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 : 당구왕 최카피 에피소드 2

호와 헤어지고 집으로 돌아와 쳤던 당구를 복기하려고 애를 써본다. 녀석은 왜 맞출 수 있고, 나는 맞추지 못하는가? 아까 치면서 옆에 당구대도 유심히 살폈다. 그들은 큰 힘을 들이지 않고도 맞추는 듯이 보였다. 계산을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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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 : 당구왕 최카피 에피소드 1

일어나니 단톡방에 문자가 난리다. 잠깐 나갔다 와야 해서 저녁에 이어서 쓸께요. 녀석은 친절하게도 벌써 친구들에게 소문을 퍼뜨려주었다. 친구들은 단톡에서 나를 판에 앉히려고 작전을 짜고 있었다. 이제는 어지간하면 눈치를 챌 수 있다. 녀석들에게 일침을 가하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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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 : 당구왕 최카피 프롤로그

연말이 되자 몇 곳의 거래처에서 통장으로 입금을 해주었다. 오랜만에 보는 큰 자리의 숫자지만 통장은 돈이 스쳐지나가는 창구일뿐 내 것이라는 느낌은 1g도 들지 않는다. 그래도 현금이 조금 필요하니 ATM기에서 약간의 현금을 출금하였다. 뻣뻣한 뭉치를 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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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본실의 청개구리

1 무거운 기분의 침체와 한없이 늘어진 생의 권태는 나가지 않는 나의 발길을 남포까지 끌어 왔다. 귀성한 후 칠팔 개삭간의 불규칙한 생활은 나의 전신을 해면같이 짓두들겨 놓았을 뿐 아니라 나의 혼백가지 두식하였다. 나의 몸의 어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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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의 노예(奴隸)

속(續) 제1과 제1장 1 산(生)다는 말은 그저 막연히 사는 사람의 생(生)을 의미하고 생활(生活)한다는 말은 그저 막연히 살아 있는 사람이 아니라 그 어떠한 난관이라도 돌파하면서까지 살려고 노력하는 사람의 생(生)을 이름이라고 한다면 수택이의 지금의 생은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