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hor: liter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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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본실의 청개구리

1 무거운 기분의 침체와 한없이 늘어진 생의 권태는 나가지 않는 나의 발길을 남포까지 끌어 왔다. 귀성한 후 칠팔 개삭간의 불규칙한 생활은 나의 전신을 해면같이 짓두들겨 놓았을 뿐 아니라 나의 혼백가지 두식하였다. 나의 몸의 어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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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의 노예(奴隸)

속(續) 제1과 제1장 1 산(生)다는 말은 그저 막연히 사는 사람의 생(生)을 의미하고 생활(生活)한다는 말은 그저 막연히 살아 있는 사람이 아니라 그 어떠한 난관이라도 돌파하면서까지 살려고 노력하는 사람의 생(生)을 이름이라고 한다면 수택이의 지금의 생은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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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사람이 떡을 먹는다. 이것은 떡이 사람을 먹은 이야기다. 다시 말하면 사람이 즉 떡에게 먹힌 이야기렷다. 좀 황당한 소리인 듯싶으나 그 사람이라는 게 역시 황당한 존재라 하릴없다. 인제 겨우 일곱 살 난 계집애로 게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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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를 때리고

1 남수(南洙)의 입에서는 ‘이년’ 소리가 나왔다. 자정 가까운 밤에 부부는 싸움을 하고 있다. 그날 밤 열한시가 넘어 준호(俊鎬)와 헤어져서 이상한 흥분에 몸이 뜬 채 집에 와보니 이튿날에나 여행에서 돌아올 줄 알았던 남편이 열시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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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매

꽹꽹 언 작은 고무신이 페달을 디디려고 애쓸 때에 궁둥이는 가죽안장에서 미끄러져 떨어질 듯이 자전거의 한편에 매어달린다. 왼쪽으로 바른쪽으로, 구멍난 꺼먼 교복의 궁둥이가 움직이는 대로 낡은 자전거는 언 땅 위를 골목 어구로 기어나간다. 못쓰게 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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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사이트

고전 문학의 세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새롭게 리뉴얼 된 문학의 사이트는 문학을 사랑하는 여러분들께 더욱 편리한 환경을 제공할 것입니다. 또 더욱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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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범일지

저자의 말 이 책은 내가 상해와 중경에 있을 때에 써놓은 글을 한글 철자법에 준하여 국문으로 번역한 것이다. 끝에 본국에 돌아온 뒤의 일을 써놓았다. 애초에 이 글을 쓸 생각을 한 것은 내가 상해에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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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서시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자화상 산모퉁이를 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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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수 좋은 날

새침하게 흐린 품이 눈이 올 듯하더니 눈은 아니 오고 얼다가 만 비가 추적추적 내리었다. 이날이야말로 동소문 안에서 인력거꾼 노릇을 하는 김 첨지에게는 오래간만에도 닥친 운수 좋은 날이었다. 문안에(거기도 문밖은 아니지만) 들어간답시는 앞집 마나님을 전찻길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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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권하는 사회

“아이그, 아야” 홀로 바느질을 하고 있던 아내는 얼굴을 살짝 찌푸리고 가늘고 날카로운 소리로 부르짖었다. 바늘 끝이 왼손 엄지손가락 손톱 밑을 찔렀음이다. 그 손가락은 가늘게 떨고 하얀 손톱 밑으로 앵두빛 같은 피가 비친다. 그것을 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