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 당구왕 최카피 에피소드 2

호와 헤어지고 집으로 돌아와 쳤던 당구를 복기하려고 애를 써본다.
녀석은 왜 맞출 수 있고, 나는 맞추지 못하는가?
아까 치면서 옆에 당구대도 유심히 살폈다. 그들은 큰 힘을 들이지 않고도 맞추는 듯이 보였다.
계산을 할 때 보였던 카운터에 글귀가 생각난다.
유머와 철학이 묻어 있는 글귀가 아른 거린다.
잠시 보류 입니다.
유투브에서 당구를 검색 해본다.
[당구 사구]
여러 동영상 중에서 ‘당구 강좌’ 라고 나와 있는 영상에서 가장 먼저 나오는 강좌는 자세와 스트로크 였다.
‘맞아! 아까 내 자세에 대한 지적이 있었지.’
자세=Posture
스토로크=Stroke
가만히 영상을 시청했다.
  • 발은 어깨 넓이 정도로 벌린다.
  • 왼발은 약 45도 정도로 한 걸음 정도 앞에 두는 것이 공격적인 스탠스다. 대신 테이블 전체를 볼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 왼발과 오른발을 평행에 두는 것은 오른발에 체중이 실리는 자세로 스누커와 포켓에서 많이 사용한다.
  • 그래서 왼발을 오른발을 기준으로 45도를 넘지 않도록 스탠스를 취하는 것을 추천 했다.
  • 허리를 굽히는 것은 인사 하듯이 숙이고 허리를 굽히지 않도록 한다.
그 동안 자세가 엉성했다. 거울을 보며 영상에 나오는 것 처럼 자세를 잡고 허리를 구부려 본다.
익숙한 자세가 아니라서 뭔가 어색하다. 특히 허리를 굽히는 것이 자연스럽지 못하다.
자세를 취하고 있을 때 브릿지에 대한 내용이 나오고 있었다.
  • 다섯 손가락을 가만히 편다.
  • 가운데 손가락을 편 상태로 아래로 내린다.
  • 엄지 손가락 첫번재 마디를 가운데 손가락 두번째 마디에 내려두고 검지 손가락으로 닫아준다.
  • 마디마디 힘이 단단히 들어가야 한다.
자세와 브릿지 영상을 보는 것으로도 큰 도움이 되었다.
친구들은 이런 설명을 해주지는 않았다. 몰랐는지 알면서 하지 않았는지는 모르지만 대충 얼렁뚱당하게 알려주었고 나 역시 그게 그리 중요하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큐대를 브릿지에 올려두는 것도 매우 중요한 듯 하다. 브릿지를 통과하여 15cm ~ 20cm 정도를 앞으로 놓고 오른손으로 큐를 잡는다.
이 때 매우 중요한 것은 큐와 팔뚝이 직각이 되어야 했다. 그리고 손목이 꺽이지 않도록 잡는 것도 중요했다.
동영상이 남았지만 살짝 머리도 아파오고 오늘은 이 정도로 공부 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다.
일어나니 모처럼 아침을 차려먹고 싶었다.
후라이팬에 기름을 두른다.
닭이 먼저일까? 달걀이 먼저일까? 같은 철학적인 질문은 필요없다. 맛있는 것이 먼저니까?
갑자기 찾아온 조류 독감으로 계란이 비싼 이런 시기에 토스트가 땡긴다.
주말에 사둔 식빵도 유통기한이 다가왔다. 식빵 몇 조각을 꺼내 토스터에 덥혔다.
팬이 달궈졌는지 ‘지글지글’ 소리가 들린다.
‘사각사각’ 양상추와 양배추를 썰어둔다.
‘지익’ 토스터에 빵이 구워지는 소리가 들린다.
달궈진 팬에 계란을 탁 깨트려 올리니 지글지글 소리가 더 커진다.
빵과 계란 샐러드로 만찬은 시작되었다.
기도를 드리고 먹기 시작한다.
먹는 속도는 차리는속도의 반비례한다.
나는 프리랜서 디자이너다.
어제 놀아 버려서 밀려있는 업무가 많아졌다.
저녁 늦게라도 했어야 하는데, 피곤했다.
A 업체 담당자는 어제부터 카톡으로 난리였다.
업체에 이렇게 문자를 보내고 친구와 당구를 치고는 피곤해서 그냥 놓쳐버린 것이다.
그러니 당연히 난리가 났다.
A업체는 조그만 쇼핑몰 회사로 자체 디자이너가 없어서 나에게 디자인을 맡기는 회사다.
이대리는 회사에서 경리, 총무, 인터넷 업무를 전반적으로 맡고 있는 직원이라 나와 호흡을 맞추는데, 새해에 사이트를 전면으로 수정한다며 다양한 디자인 파일을 요구했다.
A업체 외에도 다른 회사들과 거래를 하는데, 연말에 갑자기 일이 몰리니 정신이 없다.
그래서 가볍게 하루를 쉬면서 충전하고 일을 하려고 했는데, 친구들의 놀림에 넘어가고 말았다.
지금은 그런저런 사정을 생각할 겨를이 없다. 당장 3곳에 이미지 파일만 50장을 보내 주어야 한다.
컴퓨터 앞에 앉아 포토샵과 일러스트레이트 그리고 Mac 컴퓨터에 있는 드로잉 프로그램을 실행했다.
키보드 단축키를 두드리며, 마우스 포인트를 조종한다. 버튼을 클릭하며 디자인을 배치했다.
직접 만들기 어렵거나 시간이 많이 걸리는 작업물을 찾기 위해 이미지 서치 사이트를 뒤졌다.
점심이 지나니 대충 A업체에 보낼 정도의 작업물이 완성되었다.
이대리에게 메일을 보내고 나니 한시름 놓였다. 아직 일이 끝난 것은 아니다 이대리가 검수하고 윗 상사에게 보고해서 별 말이 없어야 끝나는 것이다.
이 일이 그렇다. 한번에 끝난다는 것은 상상에서만 존재하는 것 일뿐…
누가 그랬다. 입금되면 다 한다고, 다음 달 통장에 스쳐지나가더라도 숫자를 올리려면 지금 일을 해야한다.
카톡으로 메일을 보냈다고 알리고, 다른 업체들에게 보내야할 작업물을 시작했다.
가끔 또는 문득 나는 왜 이일을 하고 있는가? 이런 쓸데 없는 생각이 든다.
바쁜 일이 끝나고 나면 문득 문득 스치는 이 생각은 하염없는 우울에 가까운 곳 까지 인도한다.
사실 일을 왜 하겠나! 먹고 살려고 하는 것이지 아쉽게도 일에서는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한다.
그래도 가끔은 감사하다. 이런 일이라도 할 수 있어 밥 먹고 산다고…
중요한 업체들에게 보낼 작업이 끝났다.
밖으로 나가 떠다니는 구름 사이로 연기를 내뿜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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